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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3년 전 쯤이 되려나요..

<땅의 여자> 제작을 기획하며, 그 제작의 필요성에 대해 정리해놓았던 내용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완성된 영화가 애초의 의도를 얼마만큼이나 잘 담아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합니다.

무튼, 이런 야무진 각오(!)로 시작된 <땅의 여자> 였답니다 :)


1. 여성농민의 역할과 지위, 그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가난한 다큐멘터리 작업자인 나는 제작비 마련의 명목으로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주일에 몇 번은 파트타임으로 학원 강사를 뛰고 있다.

하루 6시간 동안 서서 떠들어 대는 이 일에 회의를 느끼면서도 쉽게 포기 하지 못하는 이유는 물론 돈이다.

그러나 한 켠에서, 하루 14시간이 넘는 육체노동에 종사 하면서도 돈 한 푼 손에 못 쥐는 무급 봉사자 ‘여성농민들’이 있다.

카메라를 통해 만난 고령의 여성농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식들의 먹거리를 위해, 늘 해오던 일이라서, 노는 것보다는 낮지 않느냐...

그녀들의 고된 노동의 충분한 보답이 되지 못하는 여러 이유들로 스스로를 옥죄며

지금도 뙤약볕에 나와 제대로 펴지지도 못하는 굽은 손으로 밭일을 하고 있다.

젊은 여성 농민들 또한 다르지 않다.

농민운동의 신념으로 농사에 대한 애정으로 혹은 남편을 따라 자연스럽게 농촌으로 들어온 그녀들 또한

이상과 괴리된 채 뜨거운 시설하우스에서 허리 한 번 필 새 없이 일하고 있다.

현재 농업주종사자 중 여성 비율은 약53%에 이르고 있다.

개방농정에 따른 식량작물 재배의 축소, 밭농사나 손작업을 많이 필요로 하는 농사일의 확대는

여성농민의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즉 농촌의 빈곤화가 여성에게 과중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농민의 책임과 의무는 늘었어도 농업 생산의 주체로서 상응하는 권리와 지위는 언제나 제자리걸음 이다.

이 영화가 여성농민들의 노동의 가치와 그에 걸 맞는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데 조그맣게라도 도움이 될 지,

또한 그녀들을 다룬 영화가 농촌 사회라는 가부장 문화 속에 공개적으로 틀어질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사회적 관심 밖에 있는 그녀들이 현재 이 땅을 지키고 우리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진정한 대지의 어머니로서,

그녀들 고유의 이름이 기억될 수 있도록 현재 여성 농민의 노동과 투쟁, 녹록치 않은 삶의 모습들을 함께 호흡하며 성실하게 기록할 것이다.

 

2. 2007년 한미 FTA 체결 이후, 여성농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변화 지점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

작년 제주도에서 진행된 농민들의 한미 FTA 반대 시위가 생각난다.

요새와 같았던 정부의 협상장으로 진입하기 위해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든 농민들은

차가운 바다에서 4시간이나 넘게 떠다니며 해상 시위를 했었다.

망망대해 속에 농민들의 시위는 해가 지도록 끝나지 않았고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정부쪽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지도부에서 해상시위를 접을 것을 결정하고 바다에서 농민들이 하나둘 씩 나오고 있었는데 유독 한 여성 농민은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남성 농민들의 이끌림에 마지못해 나온 그녀는 죽을 각오를 하고 투쟁했는데 아무런 성과 없이 어떻게 끝낼 수 있냐며 울먹였다.

감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던 그녀의 모습은 아직까지 잔상처럼 남아있다.

한미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의 농축산물 생산액 감소 추정액은 최소 2조2천억에서 최대 8조8천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쌀까지 개방할 경우 그 규모는 2001년 기준 한국 농업총생산의 45% 수준으로 실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 FTA 체결 이후 농업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지만 특히 여성농민의 삶의 질의 하락은 더욱 극명하게 다가 올 부분이다.

이미 정부의 일관된 농업 포기 정책은 농촌의 빈곤화를 낳았고 그 속에서 가장 최하위 계층인 여성농민들은 농촌의 모든 문제를 떠안고 왔다.

일례로 여성농민들은 농업을 통한 소득이 보전되지 않자 삶의 터전에서 벗어나 식당, 공장 등의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로 내몰리고 있다.

영화는 한미 FTA 이후 변화하는 농촌의 틈과 경계들을 여성농민의 입장에서 세세하게 기록, 그녀들과 카메라로 함께 저항할 것이다.

 

3. 사라져 가는 농촌,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농촌을 지키는 젊은 여성 농민들의 행보 에 주목하기 위해

나에게 있어 다큐멘터리는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다.

홍콩 투쟁에서 만난 젊은 여성농민들에게 관심과 애정이 가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다.

농촌을 지켜왔던 고령의 여성농민들이 10년이 지나 사라지고 나면 우리 농촌은 어떻게 될까,

사라져 가는 농촌 사회에서 여성농민의 부재를 우려하는 나에게 젊은 여성농민들은 하나의 답을 제공해 주었다.

물론 전체 농업에서 극히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젊은 여성농민들이 출구가 없는 농촌 사회에 해답을 제시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어머니에서 어머니에게로 세대를 거듭한 농민으로서의 자리 찾기는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이어질 것이다

영화는 여성농민들의 삶을 무던하면서도 진지하게 따라갈 것이다. 당당한 ‘농민’으로,

여성농민운동가로서의 길을 좌충우돌 부딪치며 묵묵히 걸어가는 그녀들이 언젠가는

거리의 시위장이 아닌 축제의 장에서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카메라로 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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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은식 2009/10/30 20:05

    항상 제 주위에서 보고 있는 여성농민 어무이~누나,이모,어르신...
    아무튼 기대됩니다.^^
    진주 상영하면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그런데 보면서 아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어 , 왠지? 어색하겠다는 느낌이~ㅎㅎㅎ
    고생하셨습니다.^^
    여성농민 지화자~~~!ㅎㅎ